전문대학도 '학점 인플레이션(인플레)' 심해… "학점보단 '직무 능력' 쪽 강화해야"
경기도에 위치한 제조업 분야 중견기업에서 인사 담당자로 있다가 현재는 지방대 기획처 직원으로 있는 A씨가 전문대 학생들의 '학점 인플레이션(인플레)' 역시 일반대학 못지않다며 "채용 과정에서 전문대 줄업 지원자들의 학점을 얼마나 보는지 묻는데 잘 안 봅니다. 대기업에 지원할 정도면 대부분 과목 점수를 A+로 받아오거든요. 간혹 올(All) A+ 성적으로 지원한 사람도 종종 봤습니다. 전문대 졸업자들 학점이 다들 이렇게 높다보니까 평점 체계에 신뢰가 잘 안 갈 뿐만 아니라 어차피 입사하면 1년 정도는 실무를 다시 가르쳐야 해서 학점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실무 능력을 더 우선해서 뽑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학점 인플레'는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점을 후하게 주는 현상을 말한다.
A씨는 최근 1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문대에서도 '학점 인플레' 경향이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전문대들도 강의 대부분을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고, 평가 방식도 기존의 상대평가를 적용했던 과목에 대해 '절대평가'로 바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전국 전문대학들의 '학점 인플레' 현상이 전년보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녀 전국 전문대학 학생 10명 중 8명 이상(82.4%)은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한 해 전인 2019년(72.2%)과 비교했을 때 10.2%p가 상승한 수치이다. 학생 10명 중 4명 이상(44.7%)은 A학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반대로 '과락(科落, fail)'을 의미하는 F학점을 받은 학생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지난해 C학점을 받은 학생 비율은 10.9%였으며 D학점을 받은 하생 비율은 3%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 교육통계과 관계자는 "2020년 전국적으로 확산됐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문대학에서도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절대평가 또는 완화된 상대평가를 적용할 수업이 더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일반대학보다 학점 변별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전문대학으로서는, 이번 학점 인플레 영향으로 이러한 인식이 굳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이와 동시에 취업 시장에 전문대학 출신 지원자의 경우 학점보다 실무 능력이 당락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만큼 이를 기업에 증명할 수 있는 학생들의 노력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소재의 전문대학 전기과를 졸업하고 공기업에 취업한 B씨는 "전문대 학점은 예전부터 '절대평가' 과목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조금만 공부하면 학점을 잘 주는 것을 기업에서도 알고 있습니다. 결국 경쟁에서 자기를 어필하는 다른 점을 갖추어야 취업 시장에서 승산할 수 있습니다. '전문대학은 닥치고 자격증, 둘째도 자격증'이라는 말은 여전합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직무 능력 등 취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학의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정회승 회장은 "중소·중견 산업체 입장에서 대학 단계의 현장직무중심교육 수요는 분명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체 수요를 반영한 전문대학의 직무중심교육과정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합니다. 또한, 전문대학은 현장실무경력 교원을 확보하는 것부터, 교원에 대한 실무역량을 강화하는 것까지 대표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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