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 학령인구 감소 속 교육 패러다임 전환 공감대 미네르바 대학 · 애리조나주립대 등 혁신 사례 적극 참고 한국형 HTHT 모델의 등장, 이젠 학국 교육을 해외로
△ 제4회 웨비나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한국대학신문 DB)
올해로 대학혁신지원사업 1주기 사업이 마무리 된다. 2019년 교육부가 시행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은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지향했다. 혁신사업은 대학의 자율혁신은 지원하되 혁신성장과 성과확산을 강화했다고 평가 받는다. 한국대학신문에서 올해 진행된 네 번의 '혁신 Webinar'를 종합해 보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1년을 되돌아봤다.
◈ 고등교육의 위기속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하다
지난 2월 부산에서 열린 '제2회 대학혁신지원사업 웨비나 콘퍼런스'(웨비나)에서는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 등 대학이 처한 위기 상황에서 교육 패러다임의 혁신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인간개발연구원 문용린 회장은 대학의 자율성으로 기반으로 한 '창의 교육'을 주장하면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결론냈다. 그 중 한 방법이 강의 중심이 아닌 문제 해결형 교육이다. 예컨대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고민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문제에 지역 대학이 나서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고 지역사회 문제가 해결되면서 지역사회가 다시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의 선순환 구조가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SM인스티튜트 최진영 대표는 '미네르바대학과 SM학교를 통해 바라본 미래 인재상과 미래 교육'을 주제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 (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미네르바 대학은 전 세계를 교육 현장으로 삼아 교수와 학생, 기관과 기업을 함게 수업 대상으로 삼는다. 최 대표는 세계 곳곳에서 이 같은 교육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역시 발빠르게 학교를 설계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해 교육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교육의 혁신이 실제 대학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미네르바 대학 방식의 수업을 도입했지만 학습자의 학습능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다양한 사회 참여 방식의 수업 역시 모든 현장에서 적용하긴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체가 아닌 하나씩 바꿔가는 '물들이는 혁신'을 제안했다. 대학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는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아 한 번에 이를 바꾸려하기 보다 작은 부분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 인공지능시대, 교수자와 인공지능의 역할
지난 4월 열린 제3회 웨비나 콘퍼런스는 '코로나19 이후 고등교육의 미래 환경과 전망'을 주제로 뉴노멀 시대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학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하고 다양한 사례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 상황을 놓고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뉘었다. 전 교육과학기술부 김창경 차관은 "몇몇 인공지능(AI) 전문가에 의해 50년의 학문 분야가 와해되는 시대"라며 대학의 어두운 미래를 전망한 반면,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은 "변화속에서도 대학은 미래 혁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낙관했다. 그럼에도 대학의 현재 교육 방식의 문제를 보는 시각은 비슷했다. 경북대학교 강현석 교수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는 탐구의 혁신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찰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한의대학교 정성화 교수는 교육 혁신을 위해 교수자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자는 미래 교육환경에 맞지 않다. 앞으로는 대학 졸업장보다 저격과정이나 직무교육 프로그램과 같이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우는 학습 솔루션이 제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의 혁신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교육 방식만큼 중요한 것은 대학의 재정이다. 부족한 재정이 대학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데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67%에 그친다. 영남대학교 김병주 교수는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낮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로 어떻게 미래사회에 대비할 지 의문"이라면서 대학 재정 확충을 호소했다.
◈ 코로나19가 가져온 이른 교육 혁신 … 인공지능 활용한 HTHT 주목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19는 교육의 혁신을 한 발 더 빠르게 이끈 촉매제가 됐다. 대면 교육 제한으로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교육이 자연스레 대학 전반으로 적용됐다. 제4회 웨비나 콘퍼런스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아시아교육협회 이주호 이사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교육과 기술이 융합된 에듀테크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설명했다. 이 이사장이 제시하는 것은 HTHT(High Touch, High Tech) 모델이다. HTHT는 교사가 데이터러닝을 통해 개별 맞춤화된 학습지도, 능동적 학습경험, 멘토링, 사회정서학습을 실행하는 HT(Hight Touch)와 AI 기반 기술이 학생을 분석해 개별 학생의 수준과 니즈에 맞춰 교육을 제공하는 HT(High Tech)의 결합을 의미한다. 이 이사장은 비대면 교육으로 문제가 되는 교육 격차를 HTHT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기획 평가전문위원회 이기원 위원장은 실제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 맞춤형 교육을 역설했다. 이 교수가 재직 중인 함리대학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20개의 정규교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렉스'는 상황에 맞는 학습 자료 지원, 학습자 수준에 맞춘 다양한 도구 제공 등을 통해 학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수자의 고민도 덜어준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먼 미래에서나 볼 법한 사상 속 시스템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 교육을 위해 교수자의 인공지능 역량도 강조한다. 이미 유네스코는 각 국가의 정부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정책에 AI 반영 / AI 기술로 가능한 새로운 교육 모델 개발 지원 / 교사와 AI 기술 협업 / AI 역량과 가치가 준비된 차세대 인제 양성 / 공평하고 포괄적인 AI 사용 촉진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어떻게 활용돼야 할까. 전문가들은 학생의 교육 격차 해소와 모든 학생의 학습 역량 성취가 가능한 방향으로 인공지능이 설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순청향대학교 윤성환 기획처장은 "교수가 HTHT(High Touch-High Tech) 시대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수는 AI가 제공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맞춤 학습지도와 1대 1 멘토링, 창의 인성 교육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 K-EDU의 세계화·글로벌화를 위한 방법 찾아야 가장 최근 열린 제5회 웨비나 콘퍼런스에서는 세계 속에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K-EDU'의 국제화 전략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전 교육국제화역량 이기정 위원장은 하나의 방법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꼽았다. 감소하고 있는 학령인구에 매몰되지 않고 '소비자 다각화'를 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실제 한양대는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한양대 교비회계와 국제화 수입의 상관관계는 95.2%에 달한다. 교비 10% 정도는 외국인 유학생이 감당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양대는 2020년 486억여 원에 육박하는 국제화 수입을 올렸고 이는 2009년 104억여 원과 비교해 약 4.7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혜정 교육과학혁신연구소장은 '교육과정 혁신을 통한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교육 혁신의 핵심인 '꺼내는 교육'을 통해 학생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에 따르면 홍콩주문대는 대학의 미션을 비판적 사고로 설정하고 학생들이 입학했을 때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 평가하게 하는 방식을 통해 교육과정 개혁을 이뤄냈다.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주목받는 애리조나주립대는 수업에서 HTHT(High Touch-High Tech) 기술을 최적으로 적용한 모델을 활용해 학생의 중도탈락율을 낮췄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지역 대학의 경우 당장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국제경쟁력을 고민할지 모르지만 당장 국내경쟁력 강화도 힘든 대학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각 대학이 처한 현실이 다른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일궈내는 대학들도 존재한다. 동명대는 '두잉(Do-ing) 학부' 출범을 통해 단순 지식 쌓기에서 역량 발휘를 해낼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K-EDU 시대에 유학생 유치는 이제 필수가 돼가고 있다. 지역의 중소 대학들은 하나의 돌파 전략으로 삼을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방 대학-서울·수도권 대학 간의 격차 / 수도권 생활 선호 / 일자리 부족 등 현실적은 문제는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고신대학교 원격교육지원센터 반재훈 센터장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과 동시에 "대학 자체적으로 국가별로 학제와 교육과정을 분석해 외국인 유학생이 좋아할 만한 특성화된 교육과정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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